달마다 피 흘리는 월경인들을 위한 안내서

by 해피문데이
2019.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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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월경과 배란: 이 피가 어찌 흐르는지

가끔은 불안한 기분이 들기도 해요.
내 월경량이 너무 많은 건 아닌지, 적은 건 아닌지.
너무 자주 하는 건 아닌지, 너무 가끔 하는 건 아닌지.
그래서, 나는 지금 괜찮은지.

우리가 서로의 월경에 대해, 모두의 월경에 대해
보다 더 많이 좀 더 스스럼없이 서로 이야기하고 함께 나눌 때마다
이런 걱정이나 불안이 조금씩 작아지고, 줄어들고, 사소해질 거라고, 저는 믿고 있어요.
그래서, 오늘은 우리의 월경에 대해, 아주 기본적인 이야기들을 해보려고 해요.

월경주기: 난소주기와 자궁주기
Isometrik [CC BY-SA 3.0 or GFDL], from Wikimedia Commons

건조하게 설명해보자면 월경은 “체내 프로게스테론 농도가 갑자기 떨어졌을 때 나타나는 자궁 출혈” 입니다. 그리고 이런 호르몬의 농도 변화는 주기적으로 발생하죠.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호르몬의 농도 변화에 따라 자궁내막 역시 주기적으로 자랐다가 떨어져 나오기를 반복해요. 이렇게 반복되는 월경주기에서 가장 큰 두 가지 사건이 바로 월경과 배란입니다.

월경주기는 난소의 입장에서 설명하면 난소주기, 자궁의 입장에서 설명하면 자궁주기로 설명할 수 있어요.
난포기와 황체기는 난소주기 상의 용어이고, 증식기와 분비기는 자궁주기 상의 용어입니다.

월경을 기준으로, 월경 시작일부터 배란까지를 난포기, 또는 증식기라고 합니다.
평균적으로 10일에서 14일 정도입니다. 난소의 입장에서는 난포1)가 형성되고 성장하는 기간이기 때문에 난포기라고 하고, 자궁의 입장에서는 허물어진 자궁내막 조직이 증식하며 다시 두꺼워지기 때문에 증식기라고 합니다. 난포가 형성되고, 성장하면서 난포로부터 분비되는 에스트로겐의 양도 증가하고, 이에 따라 자궁 내막도 증식합니다. 증식기의 내막에는 혈관이 얼마 없어요.

난포

배란
난포의 성장으로 인해 난포에서 분비되는 에스트로겐의 양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증가하게 되면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LH라는 호르몬이 급격하게 증가합니다. LH의 급격한 증가는 난포에서 난자가 배출되도록 합니다. 이것이 배란입니다. 난자가 배출된 난포를 황체라고 부릅니다. 이렇게 황체가 형성되는 것입니다. 배란은 곧 황체의 형성이자 난포의 해체입니다. 배란을 기점으로 난포기에서 황체기로 넘어가는 거죠.

배란을 기준으로, 배란 이후부터 다음 월경 시작 전까지를 황체기, 또는 분비기라고 합니다.
이 시기의 길이는 13일에서 15일 정도로 일정한 편입니다. 난소의 입장에서는 난포가 황체가 되었기 때문에 황체기입니다. 에스트로겐을 분비하던 난포가 해체되고 황체가 형성되면서 배란 이후의 에스트로겐의 농도는 떨어지게 됩니다. 황체는 황체호르몬, 즉 프로게스테론을 분비합니다. 프로게스테론에 의해 자궁내막은 조직학적인 변화를 겪습니다. 분비기의 내막은 혈관 조직과 글리코겐 사슬, 여러 분비선 등이 늘어나면서 증식기보다 수정란의 착상과 배아 성장에 좀 더 적합한 환경이 됩니다. 혈관이 많아지고 분비선이 생긴다는 것은 일반적인 팔, 다리의 피부가 아닌, 입술 피부나 입안, 콧속의 점막처럼 된다는 뜻이에요. 좀 더 부드럽고, 좀 더 손상되기도 쉬운 조직이 되는 거죠.

월경
일정 시간이 지나게 되면 황체는 퇴화하여 백색체가 됩니다. 백색체는 더이상 프로게스테론을 분비하지 못합니다. 황체의 퇴화와 함께 프로게스테론 공급이 중단되면, 자궁내막조직은 더는 자궁 내벽에 붙어있지 못하게 됩니다.2)이렇게 허물어진 자궁내막 조직과 터진 혈관에서 흐른 혈액은 월경혈의 형태로 질을 통해 몸 밖으로 흘러나가게 되는데, 이것이 곧 월경이랍니다.

정상 월경의 참고값

2. 월경량: 너무 많은 건 아닌지, 적은 건 아닌지

월경 한 주기마다 우리가 흘리는 피의 양은 대략 어느 정도 될까요? 당연히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우리는 보통 한 달에 한 번, 밥숟가락 4개 정도의 피를 흘린답니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흘리는 피의 총량이 80mL보다 많으면, 월경과다(Menorrhagia)라고 해요.

80mL가 얼만큼인지 감이 잘 안 오나요? 종이컵 하나에 물을 가득 채우면 150mL니까, 80mL는 종이컵 반 컵 정도라고 볼 수 있겠네요. 생각보다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 양이에요. 하지만 보통 3일에서 길면 7일까지도 지속하는 월경 기간의 피를 모두 모아서 그 양을 재보기란 현실적으로 어렵죠.

월경혈의 양을 직접 잴 수 없다면, 대신 월경지수(Menstrual Index)를 계산해 볼 수 있어요. 월경지수는 한 주기 동안 사용되는 월경 용품 1개당 점수를 매긴 뒤 그 점수들을 모두 합한 값입니다. 적당한 범위의 월경지수는 40점에서 180점 정도입니다. 월경지수가 180점 이상일 경우 월경과다라고 볼 수 있어요.

제 경우에는, 이번 월경 기간 4일동안, 푹 젖은 탐폰 총 7개, 중간쯤 젖은 탐폰 총 4개 정도를 사용했고 거의 안 젖은 생리대를 총 3개 정도 썼어요. 핏덩어리3)는 없었고요.

그럼, 저의 월경지수는 (10점x7개) + (5점x4개) + (1점x3개) = 93점이네요. 정상 범위 안에 있어요. YEAH~

정확한 월경량 측정을 위해 생리대를 쓸 때마다 무게를 재고 사용 전과 사용 후의 무게 차이를 계산하는 측정법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측정의 어려움과 번거로움에 비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적어서 잘 사용되지 않아요. 반면, 월경지수는 대략적인 월경량을 계산해 볼 수 있도록 개발된 픽토그램 도구입니다. 생리대에 묻지 않는, 예를 들면 소변을 볼 때 흘러나오는 월경혈과 같은 측정 손실량이 있기 때문에, 정확도는 떨어지지만, 큰 경향성을 파악하는 데에는 무리 없이 적용할 수 있죠.

월경과다는 자궁근종이나 자궁내막증의 증상일 수도 있고, 빈혈의 원인이 되기도 해요. 월경 지수가 200점 이상이면, 높은 확률로 빈혈을 경험합니다. 피를 너무 많이 흘리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한 연구에 따르면, 월경지수가 200점 이상인 여성의 96%가 본인의 월경량이 평균보다 많은 편이라는 사실을 몰랐거나, 현재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빈혈로 인해 어지럽거나 일상에 무리가 되는 증상들이 있었을 텐데도, ‘월경할 땐 원래 그렇지 뭐'라고 생각했거나 ‘어쩔 수 없다'는 무력감을 느끼고 체념해 왔던 거죠.

딱히 한 것도 없는데 세상 피곤한 것이 빈혈

반대로 월경량이 20mL 이하일 때, 혹은 월경지수가 40점 미만일 때를 월경과소라고 할 수 있는데요. 적은 양이지만 규칙적이고 일정하게 월경을 지속하고 있다면 월경과소 자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아요. 또는 갑자기 급격한 월경량 감소가 생겼다면 호르몬과 관련된 문제가 생긴 걸 수도 있어요. 병원에 가지 않고 이런 문제의 원인을 찾기란 어렵답니다.

월경량 이외에도, 월경 기간이 2일 이하임을 의미하는 과단월경, 8일 이상임을 의미하는 과장월경이라는 용어도 있습니다. 월경 기간은 사람마다, 혹은 그날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지나치게 짧고 양이 적은 것 같거나, 지나치게 길고 양이 많은 것 같다면, 2~3주기 이상의 월경을 기록해서 월경 양상을 정확하게 파악해보세요. 이런 기록이 있으면 병원에 가서도 좀 더 수월하게 문제 여부를 확인받을 수 있어요.

3. 월경 주기: 너무 자주하는 건 아닌지, 너무 가끔하는 건 아닌지

월경주기는 보통 24일에서 38일 정도에요. 월경주기가 21일보다 짧으면 빈발월경(Polymenorrhea), 40일보다 길면 희발월경(Oligomenorrhea)이라고 하죠. 하지만 이 또한 그날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개인차도 큰 편입니다. 그래서, 주기가 길면 긴 대로, 짧으면 짧은 대로, 규칙적이고 일정한 주기를 반복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해요. 물론, 여행을 다녀왔다든지, 이사나 이직을 했다든지 하는 큰 스트레스를 받을만한 상황이 있었다면 한 주기 정도는 건너뛰기도 합니다. 한두 번은 그럴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렇게 월경주기가 깨지는 일이 여러 번 반복된다면, 그것은 신체적, 정신적 건강의 적신호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월경인이라면, 월경 기록을 꾸준히 작성하는 것이 좋아요. 이런 습관을 잘 들여놓으면 본인의 월경주기는 평균적으로 어느 정도인지, 주기가 갑자기 짧아지거나 길어지지는 않았는지, 또는 어떤 일을 계기로 길어지고 짧아졌는지 같은 것들을 쉽게 파악할 수 있거든요.

주기도 나이에 따라 변한다?

초경 이후 2~3년 동안은 아직 불안정한 시기입니다. 월경 주기가 불규칙적이고 긴 편이죠. 새롭게 분비되기 시작한 호르몬에 의해 몸이 변하고 있고, 이런 변화들을 잘 정리해서 균형을 찾아가는 중인 거죠. 자전거를 처음 배웠을 때를 생각해보세요. 당연히 이리저리 흔들리고 넘어지기도 할 거예요. 하지만, 어느 정도 타다 보면 금세 균형을 잡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죠. 아주 익숙해지면, 조금 빠르게 달릴 수도 있게 되고, 능숙해지겠죠. 마찬가지로, 초경 이후, 월경을 거듭하다 보면, 점차로 규칙적이고 짧아진 월경 주기를 갖게 됩니다. 30대 후반이 되면 난포의 성장 속도가 빨라져서 난포기가 짧아지게 되고, 결과적으로 인생 중 가장 짧은 월경주기를 갖게 되죠. 이후 나이가 들고 완경4)을 앞두게 되면, 완경 2~4년 전부터 주기가 다시 점차 길어지게 되고, 불규칙한 모습도 보이게 됩니다. 자전거에서 내리기 전에 조금씩 속도를 줄여나가는 과정과 비슷한 것 같아요. 초경 후와 완경 전은 호르몬의 변화에 몸이 적응하는 적응기라고 볼 수 있어요.

4. 마치며: Don’t panic!

월경은 열 몇 살쯤 시작해서 짧게는 삼십 년, 길게는 오십 년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주기적으로,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사건입니다. 인생의 전부라고는 할 수 없지만, 아주 커다란 부분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죠. 내 인생의 한동안을 이렇게 피 흘리며 살 것이고, 이 피를 보며 살아갈 것이고, 이 피가 멈추고 난 이후의 날들에는 외려 피 흘림의 끝이라는 변화에 또다시 적응하며 살아야 한다면 말이에요.

우리에겐 - 이 피가 어찌 흐르는지, 얼마나 흐르는지, 언제 흐르고 어떻게 흐르는지, 그리고 언제 멈추는지에 대한 감각, 각자에게 익숙한 피의 냄새와 피의 색깔, 피의 양, 피가 찾아오는 주기와 시간에 대한 감각, 그러니까 - 피 흘림의 감각이 어떤 식으로든 필요하지 않나요? 무지란 항상 불안을 데리고 다니지 않나요?

누군가에겐 그 감각이 어떤 복잡한 호르몬의 이름에 닿아있을지도, 또 다른 누군가에겐 이런저런 평균값들을 나타내는 숫자들에 닿아있을 수도, 혹 다른 누군가에겐 그저 월경일이 가까워질 때마다 묵직해지는 가슴께의 뻐근한 느낌이 전부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복잡한 호르몬의 이름이나 평균값이 얼마인지는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이 글을 통해 제가 여러분과 함께 느끼고 싶었던 피 흘림의 감각이 조금이나마 전해졌을까요? 이렇게 한 줌 더, 감각을, 경험을, 지식을 더해봅니다. 이렇게 더 잘 피 흘리기 위한 여러 수단과 도움, 경험과 지식이 더 많이 모이고 더 넓게 흩어지기를 바라면서요.

Don’t panic.
우리의 행복한 월경을 응원해요.

  1. 난포 : 난포(follicle) 또는 여포라고 하기도 합니다. 난포는 난자가 들어있는 주머니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난소에 여러 개의 난포를 가지고 태어난답니다. 난포는 난포자극호르몬(FSH)에 의해 성장하고, 성장한 난포는 난자를 배출(배란)하게 되죠. 배란 후 난자가 없는 난포는 황체가 되어 난소에 남아 황체호르몬을 분비합니다.
  2. 만약 수정란이 착상하여 태반을 형성하게 되면 hCG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황체를 대신하여 자궁 내벽을 유지합니다. hCG의 혈중농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게 되면 소변에서도 hCG가 검출되게 되는데, 이것을 탐지하는 것이 임신테스트기의 원리입니다.
  3. 핏덩어리가 나오면 좀 무섭기도 하고, 불쾌하죠. 흔히 '뜨거운 굴을 낳는 느낌'이라고도 표현하잖아요. 그렇지만, 통증이 심하지 않다면 괜찮아요. 그냥 응고된 혈액과 자궁 점막일 뿐이에요. 자궁 점막은 주기마다 다시 자라는걸요. 하지만, 커다란 핏덩어리가 많이, 자주 보인다면, 의사와 상담해 볼 필요도 있어요.
  4. 완경 : 폐경이 아니라 완경이라고 쓰겠어요. 저는 완경이라는 말을 썼을 때 훨씬 기분이 조크든요 ㅎㅎㅎ
Reference
  • Hyun Jun Jee, M.D. et al., Original article: A Study on Menstrual Index of Korean Women. Obstetrics & Gynecology Science, October 2002; 45(10): 1718-1722.
  • Janssen CA, Scholten PC, Heintz AP. A simple visual assessment technique to discriminate between menorrhagia and normal menstrual blood loss. Obstet Gynecol, 1995; 85(6): 977-82.
  • Sa Ra Lee, M.D. et al., Guideline for management of heavy menstrual bleeding, Korean Journal of Obstetrics and Gynecology, March 2010; 53(3).
  • 대한산부인과학회, 부인과학 제 5판, 고려의학, 2018.01.
  • 대한산부인과학회, 산부인과학 지침과 개요 넷째판, 군자출판사, 2017.08.
  •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MenstrualCycle2_en.svg, 2019.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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