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규칙한 월경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by 해피문데이
2019.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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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아직 월경할 때가 아닌데 피가 보인다. 걱정이다.

예정에 없던 피가 보일 때, 또는 약속된 피가 나오지 않을 때. 그러니까 월경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때. 대체 무슨 일인지, 괜찮은지, 잘 지내는지? 나의 안녕을 확인해 보아야 할 때입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배란일1)근처에 잠깐 피가 비치는 정도의 출혈을 겪는 경우도 있는데요. 이것은 배란 직후의 에스트로겐2)감소에 의한 출혈일 수 있습니다. 배란과 관련된 출혈은 아주 흔한 증상은 아니지만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하지만 만약 이튿날까지도 출혈이 이어진다거나, 양이 많은 편이라면 이것은 배란 출혈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출혈의 원인을 찾기 위해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봐야 해요.

만약 현재 경구피임약을 먹고 있는데, 불규칙하고 지속적인 소량의 출혈이 나타난다면 복용 중인 약의 부작용일 가능성이 있어요. 경구피임약의 원리는 합성 프로게스테론을 미량 꾸준히 복용하여 난포의 성장과 배란을 억제하는 것인데, 이로 인해 프로게스테론이 에스트로겐보다 높은 농도로 유지되는 지속 기간이 길어지면 예정에 없던 출혈이 생길 수 있어요. 증상이 지속된다면 약의 변경에 대해 전문의와 상담해보세요.

에스트로겐

경구피임약을 먹는 것도 아니고, 배란일도 아닌데, 혹은, 배란 출혈이라기엔 너무 많거나 긴 기간의 출혈이 있다면, 혹시 조금 빨리 찾아온 월경은 아닐까요? 초경 이후 2~3년 동안은 주기가 불규칙할 수 있어요. 다른 한 편으로 내 나이가 마흔을 넘어섰다면, 완경을 고려해보아야 해요. 완경이 가까워진 시기 역시, 월경주기가 불규칙해지니까요. 하지만, 완경 이후의 질 출혈은 호르몬 불균형에 의한 출혈일 수 있으니 출혈 증상이 나타날 경우 의사에게 알려야 해요.

만약 3개월 이내에 성관계를 한 적이 있다면, 자궁 외 임신이나 유산의 첫 증상을 의심해볼 수도 있어요. 자궁 외 임신은 말 그대로 자궁 내막이 아닌, 난관 등에 착상이 이루어진 상황이에요. 하복부 통증이 동반된, 월경과 혼동 가능한 출혈이 나타나죠. 자궁 외 임신은 빨리 발견하여 조처를 하지 않을 경우 난관이 터진다든지 하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요. 성관계 이후, 월경이 예정되지 않은 시기에, 일반적인 월경보다 긴 기간 출혈이 나타나고(예를 들면 열흘 이상 출혈이 나타난다든지), 심각한 하복부의 통증이 동반된다면 꼭 전문의를 만나보세요.

자궁 외 임신

성관계 후 수 시간 이내에 출혈이 나타났다면, 자궁경부 미란3)이나 자궁경부 이형성증의 가능성도 있습니다. 자궁경부 미란은 자궁경부의 피부가 벗겨지고 짓무른 상태를 뜻하고, 자궁경부 이형성증은 자궁경부의 세포가 정상보다 좀 더 손상되기 쉬운 세포로 변화한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렇게 취약한 상태에서 성관계를 갖다가 자궁경부가 자극될 경우 쉽게 상처가 생기면서 피가 나기도 하는 거예요. 성관계 시 매번 출혈이 있었다면 자궁경부 미란, 또는 자궁경부 이형성증을 의심하셔야 해요. 자궁경부 미란이 반복될 경우 자궁경부 이형성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요. 자궁경부 이형성증에는 1, 2, 3단계가 있고, 3단계의 경우 자궁경부암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높은 편이에요. 필요한 경우, 자궁경부 도말검사를 통해 자궁경부암 여부까지 검사해 볼 수 있어요.

자궁 경부 미란, 자궁 경부 이형성증

물론, 지금 여기서 이야기하는 피는 월경과 비슷한 양상이거나, 혹은 생리대에 핏방울이 찍히는 정도의 출혈을 말합니다. 질을 통해 새빨간 피가 쭉쭉 쏟아지는 상황이라면, 빨리 출혈 지점과 원인을 찾아 지혈해야 하니 응급실을 찾아가세요!

미란

2. 월경할 때가 다 됐는데 피가 안 보인다. 걱정이다.

본인의 월경주기로 3주기 이상, 또는 6개월 이상 월경하지 않는 상태를 무월경(Amenorrhea)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월경주기가 40일인 사람이라면 120일, 그러니까 약 넉 달, 월경주기가 25일인 사람이라면 75일, 즉 두 달 반을 조금 넘었을 때부터 무월경 상태라고 볼 수 있죠. 한두 번 건너뛰는 정도로는 무월경이라고 보지 않아요.

그러니까 초경 이후 꾸준히 월경을 해왔던 성인 여성의 월경이 세 번이나 없었다면, 즉, 멈췄다면, 일단 건강한 범위에서 생각했을 때, 그 이유는 이 여성이 임신했거나, 수유 중이거나, 완경했거나 세 가지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

임신, 수유, 완경

임신 중에는 월경을 하지 않아요. 수정란이 자궁 내막에 착상하고, 태반이 형성되면, 태반으로부터 hCG라는 호르몬이 분비되어 자궁내막이 허물어지지 않고 유지될 수 있도록 해주죠. 출산 후에도, 곧바로 월경이 시작되는 것은 아니에요. 출산 이후 월경이 재개되기까지는 6개월 정도 여유를 갖고 지켜봐도 괜찮아요. 특히나 모유 수유 중이라면, 수유로 인해 분비되는 프로락틴이라는 호르몬이 배란을 억제하기 때문에 월경이 다시 시작되는 시기가 늦춰질 수 있어요. 그리고, 완경이 다가오면, 월경주기가 길어지는 것 같다가, 다시 예전처럼 하는 것 같다가, 몇 개월씩 안 하기도 해요. 주기가 불규칙해지는 거죠. 그러다가 완경이 찾아오는 거예요.

임신도 아니고, 수유 중인 것도 아니고, 완경은 아직이라면, 무월경의 원인은 시상하부, 뇌하수체, 난소에서 찾아볼 수 있어요. 시상하부에서 분비하는 호르몬이 뇌하수체에 작용하고, 뇌하수체에서 분비하는 호르몬이 난소에 작용하고, 난소에서 분비하는 호르몬이 다시 뇌하수체와 시상하부에 작용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이 호르몬들에 의해 월경과 배란이 일어나죠. 마찬가지로, 이 호르몬 분비 체계에 이상이 생기면, 월경이 멈춰버리기도 하는 거예요.

시상하부-뇌하수체-난소 축

이 체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상적인 요인으로는, 스트레스, 과도한 운동, 경구피임약의 복용, 체중의 급격한 변화 등이 있어요. 만약 최근에 너무 고강도의 힘든 운동을 시작했다거나, 일상생활에서 지나친 스트레스를 받았다면 월경이 멈출 수 있어요. 최근에 경구피임약을 복용하다가 중단했다면 자기만의 주기를 되찾는데 시간이 좀 걸릴 수 있어요. 또한, 거식증과 같은 섭식장애로 인해 정상 체중보다 15% 이상 체중이 낮은 심각한 저체중이 유지될 경우에도 월경이 멈출 수 있어요. 체중이 정상 체중 범위에 있더라도, 한 달 안에 4kg 이상의 급격한 체중 감소가 발생했다면 역시, 월경이 멈출 수 있어요.

한 연구에 따르면 월경의 개시에는 최소 17%의 체지방이 필요하고, 월경의 유지에는 최소 22%의 체지방이 필요하다고 해요. 즉, 체중이 회복되면 월경도 회복되기 때문에, 호르몬 치료보다는 체중의 변화를 가져온 원인에 대한 치료를 먼저 받아야 한다는 거죠. 스트레스가 원인인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스트레스에 대한 해결이 먼저랍니다. 운동강도 역시, 서서히 올리는 방향으로 조정이 필요해요.

아, 스트레스는 역시 만병의 근원이에요.

스트레스, 과도한 운동, 체중 감소, 경구피임약 복용 등 호르몬 분비 체계에 영향을 끼칠만한 일상적 요소가 없는데 월경이 3주기 이상 멈춰 있다면 병원을 찾지 않고는 그 원인을 찾기 어려울 수 있어요. 좀 더 질병적인 원인으로 우리가 예상해볼 수 있는 것들은, 다낭성 난소 증후군이 가장 흔합니다. 그 밖에, 뇌하수체 종양, 고프로락틴혈증, 원발성 난소 기능 부족증, 자궁내막 유착 정도가 있어요. 이 또한 시상하부에서부터 난소, 자궁까지 이어지는 호르몬 분비 체계와 관련된 장기나 호르몬에 문제가 생긴 경우죠.

다낭성 난소 증후군(PCOS, polycystic ovarian syndrome)

가장 흔한 원인으로 언급된 다낭성 난소 증후군(PCOS, polycystic ovarian syndrome)의 경우에는, 난소에 낭종(cyst)이 여러 개 생기는 병으로, 다낭성 난소에서는 종종 배란이 일어나지 않기도 해요. 지난번 이야기, 달마다 피 흘리는 월경인들을 위한 안내서에서 월경주기가 반복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사건이 월경과 배란이라고 했었는데, 기억하시나요? 배란이 일어나지 않으면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분비에 변화가 생겨서, 무월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요. 좀 더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다낭성 난소 증후군에 관해 이야기하는 자리를 따로 만들어서 이어가 볼게요.

3. 마치며: 월경인의 또 다른 활력 징후, 월경.

내 몸 어딘가에서 피가 난다면, 그것은 얼마나 무섭고 중요한 일인가요? 월경 또한 출혈입니다. 하지만 월경은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스스로 시작하고, 스스로 멎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겁을 먹기보다는 월경 용품을 사용해서 월경에 대처하고, 월경으로 인한 여러 불편함에 대해 각자의 방식으로 적응하면서 살아가고 있죠. 다행히도, 월경 때마다 병원을 찾을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월경이 아닐지도 모르는 질 출혈에 대해서는 보다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있어요. 혹은, 월경이 더는 찾아오지 않는다면 그것 역시 쉽게 웃어넘길 일은 아니죠. 월경인들에게 월경은 또 하나의 활력 징후(vital sign)라고 할 수 있어요. 혈압, 체온, 맥박, 호흡수처럼 아주 기초적인, 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신호 중 하나죠. 그러다 보니 이번 주제를 이야기하는 동안에는 유달리 병원에 가야 한다거나, 의사를 찾으라는 말을 많이 한 것 같아요.

월경인의 또 다른 활력 징후, 월경

하지만, 마찬가지로, 너무 겁먹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매달 3일에서 5일씩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출혈도 휘어잡으며 사는 우리인걸요. 갑자기 이사를 하거나, 온 마음을 쏟았던 연애가 끝나거나,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거나 하면 가끔 약속을 어기기도 하는 게 월경이기도 하고요. 이런 경우도 있구나 한 번쯤 알아두고, 중요한 증상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기억해두는 정도면 충분해요.

  1. 나중에 기회가 되면 배란과 관련하여 배란일 근처에 우리가 흔히 겪는 증상들도 소개할게요!
  2. 에스트로겐 : 난소, 부신, 지방세포 등에서 분비되는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의 작용에 의해 월경주기가 조절됩니다.
  3. 미란 : 헐어서 문드러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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