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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봤나요? 독성쇼크증후군, 영어로 Toxic Shock Syndrome, 줄여서 TSS. 탐폰을 써봤다면 한 번쯤은 본 적이 있을지도. 탐폰의 포장 및 설명서에는 독성쇼크증후군 (Toxic Shock Syndrome, TSS)에 대한 경고가 꼭 적혀있거든요.
독성쇼크증후군(TSS)이란, 세균1)이 분비하는 독성물질(toxin)로 인한 쇼크와 그 증상들을 의미합니다. 지금까지 보고된 TSS의 대부분은 황색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aureus, S.aureus, SA)2)이 분비한 독성물질 TSST-1(Toxic shock syndrome toxin-1)3)에 의해 발생했습니다. 황색포도상구균이 분비하는 독성물질은 여러가지 종류가 있지만, TSS의 원인이 되는 독성물질은 TSST-1 입니다.
황색포도상구균은 피부, 콧구멍, 질 내부 등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세균의 일종이기도 해요. 황색포도상구균은 사람의 곪은 상처나 수술 후 감염된 부위 등에 많이 존재하고, 인구의 25%는 이 세균을 몸에 지닌 채 살고 있어요.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일반적인 조건에서는 황색포도상구균이 사람의 건강한 피부나 점막을 뚫고 혈류로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황색포도상구균이 만들어내는 독성물질 역시, 건강한 사람의 면역 시스템이라면 항체를 통해 처리되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죠.
그런데 왜 우리는 탐폰의 사용과 관련하여 TSS에 대한 공포를 갖게 되었을까요? 우리가 TSS와 탐폰을 함께 생각하게 된 이유를 살펴보려면, 이야기는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게 됩니다.
1975년, 미국의 P&G 사가 Rely라는 이름의 아주 획기적인 탐폰을 출시했어요. 총알 모양 탈지면이었던 기존의 탐폰과는 다르게, 티백같은 파우치에 흡수체를 담은 형태의 제품을 출시했죠. 이 탐폰은 월경혈을 흡수하면서 질의 모양에 맞춰 부풀었고, 흡수력도 대단히 좋았기 때문에 월경혈이 새지 않았어요. Rely 탐폰은 자기 무게의 20배에 가까운 월경혈을 흡수할 수 있었거든요. 이런 탁월함 덕분에, Rely 탐폰은 아주 큰 인기를 끌게 되었습니다. 이때 사용된 흡수체는 식용으로도 사용되는 카르복시-메틸-셀룰로오스 (carboxy-methyl-cellulose, CMC)였고, 이 흡수체의 유해성에 대해서는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어요.
같은 시기, TSS의 발병이 급증하기 시작했어요. TSS는 세균 감염과 관련된 질병이기 때문에 꼭 월경하는 여성만 TSS에 걸리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이 시기의 TSS 환자들은 대부분 월경 중인 여성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고, 그들은 탐폰을 사용하고 있었어요. 탐폰과 TSS 사이의 개념적인 연결과 공포는 여기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Rely 탐폰에 흡수체로 사용되었던 카르복시-메틸-셀룰로오스는 먹어도 될만큼 인체에 무해하지만, 세균 배양을 위한 배지4)의 원료가 되는 유기물입니다. 원래 질 안에 살고 있었거나, 탐폰을 넣었던 손에 묻어있었거나, 그 밖에 어떤 경로로든 그곳에 도착했을 황색포도상구균에게 ‘월경혈을 흡수한 카르복시-메틸-셀룰로오스’는 아주 훌륭한 배지가 되어줄 수 있어요. 따뜻하고, 습하고, 영양분까지 풍부한!
물론 황색포도상구균이 증식하기 전에 탐폰을 꺼냈더라면 별 문제가 없었을테지만 CMC 흡수체의 흡수력이 대단했던만큼 (자기 무게의 20배라니까요!) 서너시간 정도로는 탐폰을 교체할 필요가 없었을 거예요. 따뜻하고, 습하고, 혈액까지 공급되는, 이런 안정적인 배지에서는 황색포도상구균이 아주 빠른 속도로 자라면서 TSST-1을 아주 빠른 속도로, 아주 많이 분비할 수 있어요. 그 결과, 인체가 구사하는 기본적인 면역장벽을 뚫고 TSS가 발병하는 것입니다. 만약 세균 배지나 다름없는 탐폰 근처에 미세한 상처가 있다면, 황색포도상구균과 TSST-1은 더욱더 손쉽게 혈류 내로 들어갈 수 있을 것이고, TSS는 더욱 빠르게 진행되겠죠.
1980년에 TSS로 인해 사망한 여성의 유가족이 Rely 탐폰을 판매했던 P&G사를 대상으로 소송을 했고, P&G는 30만 달러라는, 그때 당시로서는 사상 최고의 배상금을 내야 했습니다. Rely 탐폰은 시장에서 모두 회수되었죠. 이후 시중의 모든 탐폰에는 TSS에 대한 경고문이 동봉되게 되었고, 사람들은 탐폰의 사용 자체가 TSS의 원인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TSS의 발병률은 1/100,000 정도입니다. 매우 드문 일이 되었죠. 가장 최근의 TSS는 2015년, 월경컵을 사용하던 중 질 내에 상처가 난 경우였습니다.
현재 TSS는 10만명 중 1명 꼴로 발생하는 아주 드문 일이 되었지만, 일단 TSS로 진행되면 매우 치명적이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해서 치료 받아야합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발견하여 치료받을수록 생존률이 올라가고 예후가 그나마 좋아지기 때문에 주요 증상들을 잘 파악하고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TSS5)의 초기증상으로는 38.9도를 넘는 갑작스런 고열, 햇볕에 탄 것 같은 발진, 구토, 설사, 근육통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TSS의 치료를 위해서는 항생제와 면역 글로불린, 스테로이드 등의 약물이 필요하며, 호흡곤란과 저혈압, 탈수 등의 증상에 대해 산소와 수액 요법을 받게됩니다. 필요한 경우 혈압 상승을 위한 약물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신장기능에 장애가 생겼을 경우에는 투석을 하기도 합니다. 독성으로 인해 조직 손상이 생기는 경우도 있는데 심한 경우에는 손상된 조직이 있는 신체 부위를 절단할 수도 있습니다. 즉, 전문적인 의료진이 계속해서 혈압과 각종 혈액 수치를 주시하면서 대응해야하는 응급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TSS는 빠르게 진행되는 치명적인 병입니다. TSS로 인해 다리를 잃은 사람, 심지어는 생명을 잃은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초기증상을 인지하고 제 시간 안에 병원에 가서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회복이 가능한 병이기도 해요.
TSS는 초기 증상의 발견이 나중에 병이 낫고 난 후의 경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치명적인 병이기 때문에 그 누구도 TSS에 대한 경고가 과도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거예요. 하지만 탐폰을 사용하는 것 자체에 TSS의 모든 책임을 뒤집어 씌운 것은 여전히 너무 손쉬운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화상이나 피부의 상처를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고, 피부에 상처가 있는 어린이, 폐경기 여성, 남성에서도 발생할 수 있고, 당뇨, 암, 면역계 질환, 최근의 수술, 출산, 지혈을 위해 이물질을 사용한 경우, 피임을 위한 자궁내 장치 등이 모두 TSS의 위험요소가 될 수 있는데도, 사람들은 TSS가 탐폰하고 가장 관련이 깊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제가 하고싶은 말은, TSS는 탐폰의 문제라기보단 위생관리의 문제라는 거예요. 2015년, 서울에서는 26세 남성6)이 타투 시술로 인해 황색포도상구균에 감염되었고, 감염이 곧 TSS로 발전된 사례도 보고되어 있어요. 탐폰을 사용할 때도, 타투를 받을 때도, 위생적으로 처리하지 못하면 감염의 위험에 노출되는 거에요. 침습적인 타투 시술이 탐폰보다는 훨씬 위험하다고 할 수 있죠.
피는 생명과 같은 것이라 당연히 더럽지 않을 거라고 여겼던 옛날에는, 수술을 하면서 피투성이가 된 의사들이 손을 씻지 않은 채로 다른 환자를 수술했다고 해요. 이 과정에서 수많은 감염이 일어났고, 수술을 한다는 것은 50%이하의 생존률을 가진 위험한 일이었죠. 지금은 모두가 손 씻기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그 결과 손을 아주 열심히 씻고 멸균된 일회용 장갑을 끼고 수술을 하고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수술 중이나 수술 후에 세균 감염으로 죽었지만, 의사들은 수술하기를 그만두지 않았어요.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수술 중이나 수술 후 세균 감염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이 아주 드물게, 하지만 분명히 존재해요.
탐폰을 너무 오래 넣어두면 거의 99%의 확률로 TSS가 발병할 것처럼 걱정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죠. 당연히 조심해서 나쁠 건 없겠지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탐폰을 너무 오래 넣어두었을 때 가장 높은 확률로 나에게 다가올 미래는, 병원에 가서 냄새나는 탐폰을 꺼내고, 탐폰을 꺼내준 의료인으로부터 제발 위생관념 좀 챙기라고 혼나는 모습일 거예요. 행복하고 즐거운 미래가 아닌 건 마찬가지겠지만, 목숨이 위태로운 것보다는 훨씬 낫죠.
그렇지만 여전히, 월경이 끝나면 마지막 탐폰을 확실히 꺼낸 것이 맞는지 확인하는 습관은 좋은 거예요. 마지막 탐폰을 까맣게 잊어버렸다가 자그마치 9일 동안 안 꺼내서 TSS가 발병한 케이스가 있었거든요. 탐폰이나 월경컵과 같은 체내형 월경용품을 사용할 때 사용시간이 8시간을 넘지 않도록 신경 쓰는 것도 중요하죠. 세균이 자랄 시간을 주지 않는 거예요. 사실 일반 생리대도 8시간 이상 사용하면 더럽잖아요. 네다섯 시간 넘게 썼다면 월경혈이 별로 안 묻었더라도 바꾸는게 깨끗하죠. 그런데, 월경혈이 별로 안 묻은 탐폰을 꺼내는건 좀 아파요. 그러니까, 내 월경혈에 양에 맞는 최소의 흡수량을 가진 사이즈의 탐폰을 때에 따라 맞춰서 사용하는게 좋아요.
또, 사용 과정에서 상처가 나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상처가 나면 약을 바르기도 불편한 자리이고, 곪을 수도 있고. 무엇보다, 아프잖아요. 사용 전/후로 손은 꼭 깨끗하게 씻고, 손톱은 항상 짧고 깨끗하게 관리해주세요. 월경컵처럼 여러번 사용하는 월경용품의 경우에는 소독에도 많은 주의를 기울여주세요. TSS뿐만 아니라 질염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을 거에요. 확률적으로는 질염이 찾아올 가능성이 더 높아요. 외음부 위생을 챙기자는 말이 꼭 TSS를 예방하자는 이유일 필요도 없지 않나요? 이건 당신의 건강 전반을 위한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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