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지향 Sexuality

by 패드라(Phaedra)
2019.8.5
글 썸네일 이미지

해피문데이 생리대 판매 수익금의 일부는 이와 같은
여성건강 콘텐츠 제작과 보급에 사용됩니다.

저는 캘리포니아 주에 있는 샌프란시스코라는 도시에서 자랐는데 그곳은 오랫동안 “게이 수도”로 알려져 있는 곳이에요.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보수적이고 꽉 막힌 고향을 떠나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샌프란시스코로 모이죠.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성소수자 친화적인 도시중 하나로 알려져 있으며 수십년동안 그 명성을 유지해왔어요. 제가 어릴 때부터 가장 좋아했던 동네는 “게이 동네(gay neighborhood)”로 알려진 카스트로(Castro)였어요. 카스트로는 무지개 깃발로 장식되어 있고, 거리에는 자랑스럽게 손을 잡고 걷는 퀴어 커플들이 가득 차 있답니다.

샌프란시스코의 카스트로 거리

한국에 오기 전에 한국은 분명히 보수적인 국가이고 성소수자에게 오픈되어 있는 사회가 아니라고 들었어요. 그래서 거리에 무지개 깃발이 전혀 없고 길거리에 손을 잡고 걸어가는 퀴어 커플들을 보지 못한다는 게 놀라운 일은 아니었어요. 저는 저희 부모님, 그리고 두 마리의 개와 함께 서울의 굉장히 흥미로운 동네에 있는 아파트에 살게 되었는데, 한 4개월쯤 지나고 나서야 저희가 서울에서 유일한 게이 동네에 이사했다는 걸 알았어요! 그러고나서 보니까 몇몇 가게에 작은 무지개 깃발이 있는 것도 보이기 시작했어요. 신기하게도 이 동네에서는 게이 손님들을 맞이할 때 2층이나 건물 지하로 안내하더라구요. 1층에서는 밖에서 안에 있는 손님들을 볼 수 있으니까요.

우리가 게이 동네에 살고 있다는 걸 깨달았을 때 저와 저희 가족들 모두가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이곳과 카스트로(Castro)의 다른 점들을 목격할 수 밖에 없었어요. 이 동네에 오는 게이들은 대체로 어두울 때 활동했는데, 밤이 되면 마스크와 푹 눌러 쓴 야구모자로 얼굴을 가린 젊은 게이들이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번화가에 있는 게이 바에 모여 술을 마시곤 했어요.

이곳은 게이 동네지만 아직도 두려움과 비밀스러운 공기가 무겁게 내려 앉아 있어요. 제가 몇 개월간 살면서도 게이 동네인 것조차 못 알아차렸을 정도니까요. 보고싶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그러나 내막을 들여다보면 언제나 그곳에 있는 것이 한국 퀴어의 삶인 것 같아요.

세상엔 굉장히 많은 성적 지향들이 존재하고 모든 문화, 그룹 및 개인들에게는 다른 명칭들이 있어요. 성적 지향은 분명히 사적인 영역이고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이에요. 성적 지향이라는 것은 선택 사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많은 퀴어들이 커밍아웃 이후 이어질 결과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대외적으로는 이성애자로서의 삶을 사는 것을 선택하고 있어요. 이는 한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에서 성적 지향에 대한 차별을 막는 법적 보호가 거의 없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면, 단순히 게이라는 이유로 취업을 거부당하거나 집을 구하지 못할 수 있는데, 이러한 차별을 방어해주는 법적 지원은 거의 없어요.

성적 지향의 명칭들은 매우 주관적이고 논란의 여지가 있기 때문에 분명하게 나열한다는 것이 어렵지만 제 문화와 경험과 신념을 바탕으로 한 번 개인적인 성적 지향 목록을 작성해봤어요. 이 목록들에 동의하지 않으셔도 좋아요! 제 목록도 1년 뒤에는 달라져 있을 수 있으니까요. 가장 일반적으로 불려지는 성적 지향들의 명칭들로 적어봤어요.

한국에서는 비-이성애적 성적 지향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지만, 그 사고방식을 바꾸기 위한 퀴어 운동가들과 협력가들이 있어요. 2000년 이후로 서울에서는 매년 서울 퀴어 문화 축제 (Seoul Queer Culture Festival, SQFF)라는 프라이드 퍼레이드가 열리고 있어요. 매년, 퍼레이드는 조금씩 커지고 있어요. 2019년 올해에는 약 8만명에 달하는 참가자들이 있었다고 추정하고 있답니다. 축제에는 다양한 퀴어와 퀴어 지지 단체가 운영하는 부스와 퍼레이드 및 라이브 공연이 있고 서울 퀴어 영화제(SQFF) 라고 불리는 국제 영화제도 함께 진행되고 있어요. 그리고 요즘에는 대구, 인천, 부산, 전주, 광주 등 여러 지역에서도 퀴어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답니다.

제 20회 서울 퀴어 문화 축제에서 찍은 사진

요즘에는, 학교의 캠퍼스 내에서 퀴어 친화적인 단체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어요. 이런 단체를 통해 젊은 친구들이 서로를 포용하게되고 자신의 경험들을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게 돼요. 학교에 이런 단체가 더 생길수록 퀴어 학생들의 우울증 비율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으로 입증되었어요.

제도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한국의 퀴어들의 삶을 위해서 많은 진보가 필요하겠지만, 변화는 일어나고 있어요. 외국인으로서 한국에 대해 놀라운 것들 중 하나를 꼽으라면 굉장히 빠르게 변화한다는 거예요. 한국 사람들의 국가 발전에 대한 욕구와, 국가의 변화 의지를 보면 퀴어들을 위한 진보적인 변화가 있을 거라고 자신할 수 있어요.

References
40418
저자 프로필 사진
패드라(Phaedra)
한국과 성교육에 관심이 많은 캘리포니아에서 온 패드라입니다.

이 글도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