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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임약, 알고 먹어요 1(이론편)

약손 2019.9.3. 발행

해피문데이 생리대 판매 수익금의 일부는 이와 같은 여성건강 콘텐츠 제작과 보급에 사용됩니다.

목차
    1. 경구피임약이란

      경구피임약은 ‘입으로 복용하는’ 피임약이라는 뜻이에요. 먹는 거니까 알약 형태를 가지고 있죠. 종류는 다음의 두 가지로 나뉘어요.
      1) 평소에 꾸준히 복용하는 사전피임약
      2) 성관계를 가진 후에 가능한 한 빨리 복용해야 하는 사후피임약

      사후피임약(응급피임약)은 평소에 할 수 있는 피임 방법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니 이번 글에서는 사전피임약에 대해서 주로 설명해보려고 해요. 이하 피임약이라고 줄여서 말할게요.

    2. 최초의 경구피임약

      피임약은 콘돔과 함께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피임법이라고 할 수 있죠. 언제 발명되었을까요?
      최초의 경구피임약은 에노비드라는 약으로 1960년 미국에서 최초로 승인되었어요. 완두콩 만한 이 알약은 20세기 최고의 발명품1) 가운데 하나로 꼽혀요. 그 이유는 이 약의 개발로 인해 인구 폭발로 인한 재앙을 막을 수 있었고, 여성이 스스로 자신의 삶을 지배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에요. 이전의 불확실한 피임법들과 달리 경구피임약은 매일 정해진 시간에 먹기만 하면 99%에 가까운 피임률을 보였거든요. 이 약의 발명으로 임신과 육아에서 벗어난 여성들의 사회적 진출이 활발해질 수 있었다고 해요. 그 결과 1960년대 후반부터 성 해방과 여성해방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어요.

      이 약의 원리는 난자가 배란2)되는 것을 막는 거예요. 어떻게 배란을 막냐고요? 과학자들은 임신 상태에서는 배란이 억제되는 현상에 주목했어요. 임신 상태가 되면 몸에서는 착상된 수정란을 보호하여 현 임신 상태를 유지하고자 “또 다른 난자가 배란되는 것”을 막아요.
      임신 상태의 몸이 스스로 배란을 억제하는 원리를 이용하면, 배란을 원치 않는 상황에서도 배란을 임의로 막을 수 있겠죠? 그 열쇠는 호르몬이에요.

      에노비드의 성분은 체내에 있는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과 비슷한 구조를 갖도록 합성한 것이에요. 이런 여성호르몬은 임신 상태에서 많이 분비돼요. 그 때문에 이 약을 먹으면 임신한 상태처럼 여성호르몬이 많아져서 난자의 배란을 억제할 수 있었어요. 더 자세한 원리는 다음 문단에서 다루도록 할게요.

      경구피임약의 원리

      20세기 최고의 발명품

      배란

    3. 경구피임약과 호르몬

      ❍ 호르몬(Hormone)이란, 여성호르몬이란?

      호르몬이란 우리 몸의 특정 기능을 돕거나 억제할 목적으로 우리 몸에서 만드는 물질이에요. 우리 몸에는 다양한 목적을 가진 서로 다른 종류의 호르몬이 존재해요. 성장 호르몬, 성 호르몬, 갑상선 호르몬 등등... 아마 들어본 적 있을 거예요.
      호르몬의 특징은 매우 적은 양으로도 체내 생리작용을 조절할 수 있다는 거예요. 각 호르몬은 혈액과 림프액을 타고 온몸으로 퍼져요. 온몸을 순환하다가 대상이 되는 기관을 만나면 그곳에서 기능을 하게 돼요.

      우리 몸에서 분비하는 호르몬의 종류 중에는 성 호르몬(sex hormone)이 있어요. 성 호르몬이란 생식기성장조절에 관여하는 호르몬이에요. 성 호르몬3) 때문에 이차 성징이 일어나는 사춘기에는 여성과 남성의 몸에 서로 다른 변화가 생기죠. 사춘기부터 주기적으로 월경이 일어나는 것도 여성호르몬 때문이에요.

      여성호르몬의 종류는 크게 두 가지로, 에스트로겐(Estrogen)과 프로게스테론(Progesterone)이라는 호르몬이 있어요. 둘 다 여성의 생식기인 난소에서 분비되죠. 이름이 어렵다고 겁먹을 필요는 없어요. 앞으로도 이 두 가지 이름이 계속 나올 텐데, 각각을 E 호르몬과 P 호르몬이라고 속으로 생각해주어도 좋아요:) 이제 그럼 월경과 여성호르몬이 어떻게 관계되어있나 살펴볼게요.

      ❍ 월경과 여성호르몬의 관계

      월경 주기 동안 호르몬의 변화

      그래프를 보면, 전체 28일의 월경주기 중에서 중간(14일)쯤에 배란이 일어나고, 배란 이후로 프로게스테론(보라색 선)이 크게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거예요. 배란 전후는 각각 난포기(또는 여포기, 같은 말이에요)와 황체기로 나뉘죠. 난포란 난자를 감싼 주머니라고 생각하면 편해요! 이 주머니는 1) 난자를 감싸고 있다가 2) 난자를 배출하고 3) 변화하는 과정을 거쳐요. 1~3은 각각 난포기(여포기), 배란, 황체기에요. 난자를 감싼 주머니는 배란 전에는 ‘난포(여포)’라고 부르고, 배란 후에는 ‘황체’4)라고 부르죠.

      ◽ 난포기~배란까지
      난포는 단순히 난자를 감싸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에요. 성숙하는 난포5)에스트로겐을 분비하는 역할을 해요. 그리고 성숙함에 따라서 에스트로겐의 농도가 증가하죠. 그래프에서도 난포기 중에 에스트로겐(회색선) 농도가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거예요. 에스트로겐은 자궁 내막을 두껍게 만들고 황체형성호르몬(LH, 분홍색선)의 분비를 촉진해요. 황체형성호르몬이란 ‘황체’를 ‘형성’시키는 호르몬이란 뜻이에요. 황체형성호르몬이 최고점에 도달하고 하루 정도 지나면 난포에서 배란이 일어나고 빈 여포는 황체 상태가 돼요.

      ◽ 황체기
      (에스트로겐을 분비했던 난포와 달리) 황체는 프로게스테론을 분비해요. 이 호르몬은 자궁 내막을 두껍게 유지6)시켜줘요. 프로게스테론(Progesterone)은 영어로 임신을 의미하는 pregnant와 비슷해요, 임신을 유지시켜주는 호르몬이라고 생각하면 쉬워요. 황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퇴화해요. 프로게스테론의 분비도 그에 따라서 감소하죠. 그래프에서 프로게스테론(보라색선)이 황체기 동안 증가했다가 다시 떨어지는 양상을 확인할 수 있어요. 프로게스테론은 자궁내막을 두껍게 ‘유지’시켜준다고 했잖아요. 그럼 농도가 감소하면 어떻게 될까요? 자궁 내막이 허물어지게 되고 월경이 일어나요. 이게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월경주기7)이죠.

      ◽ 임신시
      난자가 정자와 만나서 수정이 일어날 수 있는 시기는 정자와 난자의 수명을 고려하여 보통 배란일 전 5일~배란일 후 3일 정도로 봐요. 만일 이 시기에 난자가 수정되어 자궁벽에 착상되었다면 그래프는 어떻게 변화할까요?
      수정란이 착상되면 태반8)이 만들어지면서 태반에서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을 비롯한 많은 호르몬을 분비해서 임신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요. 그 결과 프로게스테론과 에스트로겐은 감소하지 않고 높게 유지됩니다.

      임신 중의 호르몬 변화

      ❍ 피임약의 원리

      아까 임신 기간에는 배란이 억제된다고 했던 것, 기억하시나요?
      임신 상태처럼 프로게스테론과 에스트로겐의 농도가 높으면 난자의 성숙과 배란이 억제돼요. 앞서 소개한 최초의 경구피임약(에노비드)도 같은 원리예요. 체내에서 분비되는 여성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 에스트로겐과 구조가 비슷한 물질을 합성하여 약으로 생산한 것이죠.

      오늘날의 피임약9)은 크게 두 종류에요.
      1)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복합 제제와 2) 프로게스테론 단일 제제가 있어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승인받아 시판 중인 경구피임약에는 복합 제제만 존재해요. 해외에는 프로게스테론만 들어 있는 피임약, 일명 미니필(minipill)10)도 있어요.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의 복합 제제는 배란을 억제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궁경부 점액, 수란관(수정된 후 수정란이 자궁으로 이동하는 통로), 자궁내막에도 변화를 일으켜요. 자궁경부 점액을 끈적끈적하게(점도를 높게) 만들고, 수란관의 운동성을 감소시키고, 자궁내막을 위축시켜요. 이에 따라 정자가 자궁경부를 통과하기 어려워지고 수정란이 자궁내막에 착상하는 것이 어려워지면서 피임 효과가 발생하는 거예요. 더욱 자세한 설명은 더 보기를 참고해주세요.

      월경주기와 호르몬, 피임약의 원리

      호르몬을 만들어서 분비하는 기관을 내분비 기관이라고 해요. 내분비 기관 중에서는 호르몬을 분비해서 다른 내분비 기관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 있어요. 뇌 가장 중앙(간뇌)에 있는 시상하부뇌하수체가 그것이죠.
      세세한 호르몬의 이름은 어려우니까 A, B, C 호르몬이라고 지칭하고 예시를 바로 살펴볼게요. 가장 먼저 A가 분비되면 A는 B가 분비되는 것을 촉진해요. 분비된 B는 다시 C의 분비를 촉진하죠. 도미노처럼 반응이 일어나는 것 같죠? 여기서 A와 B 각각이 시상하부와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에요. 그럼 C는 다른 호르몬에 의해 조절되기“만”하는 걸까요?

      우리 몸은 항상성을 유지한다는 특성이 있어요. 항상성이란, 외부의 환경이 변화하더라도 몸은 항상 같은 상태를 유지하려 한다는 뜻이에요. 앞서 들었던 A~C 예시에서 만약 C라는 호르몬이 혈액 중에 많이 있는 상태라면 C라는 호르몬은 더 분비돼서는 안 되겠죠. “항상성” 때문에요!
      실제로 C라는 호르몬은 (원래 그 호르몬이 하는 역할 뿐 아니라) A와 B 호르몬 분비를 억제하는 역할도 해요. 이것을 음성 피드백(negative feedback)이라고 해요.
      즉 A, B, C 호르몬은 양방향으로 서로 조절하고 조절되는 관계에 있어요.

      여성호르몬의 분비 과정
      GnRH: 성선자극호르몬(gonadotropin-releasing hormone)
      FSH: 난포자극호르몬(follicle stimulating hormone)
      LH: 황체형성호르몬(leutenizing hormone)

      뇌 안의 시상하부라는 곳에서 GnRH를 분비하면 뇌하수체에서 LH, FSH를 분비하고 이 호르몬들은 난소에서 각각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이 분비되는 것을 촉진해요. 앞서 A~C라고 했던 호르몬과 이름만 다를 뿐 동일한 경로에요.

      따라서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이 들어간 경구피임약을 복용하면 음성 피드백에 의해서 LH와 FSH의 분비가 억제돼요. FSH가 억제되면 난포의 성장이 억제되고, LH가 억제되면 배란이 억제되며 자궁경부 점액의 점도를 변화시켜서 정자가 자궁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아 수정되는 것도 방해하죠. 즉 피임의 효과를 볼 수 있게 되는 거예요.

      성 호르몬

      황체

      성숙하는 난포

      자궁 내막을 두껍게 유지

      월경주기

      태반

      피임약

      미니필(minipill)

    4. 피임약의 성분

      우리나라에서 승인된 경구피임약은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의 복합제라고 했죠. 그럼 서로 다른 이름의 경구피임약들이 사실은 다 같은 걸까요? 경구피임약 간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은 우리 몸에서 합성, 분비되는 여성호르몬의 형태를 이르는 말이에요. 약에 들어가는 성분은 체내의 호르몬과는 비슷하면서 조금은 다른 형태11)로 만들어요. 그래서 OOO 유도체12)라고 해요(에스트로겐 유도체, 프로게스테론 유도체).
      피임약을 만들 때는 여러 종류의 에스트로겐 유도체와 프로게스테론 유도체 각각에서 하나씩 골라서 넣는 거예요. 같은 종류의 유도체를 넣더라도 다른 함량으로 넣을 수도 있죠. 그래서 서로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다양한 피임약이 만들어지는 거예요.

      아래의 표는 우리나라에서 시판되고 있는 사전피임약의 종류예요. 복잡해 보이지만 이 글을 다 읽을 때쯤에는 어렵지 않을 거예요 :)

      사전피임약의 종류

      ❍ 일반의약품/전문의약품

      위의 표에서 “일반/전문”이라고 되어있는 세로줄부터 시작해볼게요. 일반의약품은 처방전 없이도 약국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는 약이고, 전문의약품은 처방전이 있어야(의사의 승인이 있어야) 구매할 수 있는 약이에요. 처방전 없이도 약국에서 흔히 구매하는 진통제나 종합감기약은 일반의약품이죠.
      피임약 중에서는 일반의약품도 있고 전문의약품도 있어요. 피임약의 경우 4세대 프로게스틴이(드로스피레논, 디에노게스트) 들어가면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요. 4세대 프로게스틴의 경우 타 성분에 비해서 장점도 있지만, 정맥혈전색전증의 위험이 큰 성분이라서 의사의 처방을 받아서 사용하라는 뜻이에요. 자세한 내용은 아래에 “프로게스틴”에서 다룰게요.

      ❍ 에스트로겐 유도체

      국내 사전피임약에 사용되는 에스트로겐은 에티닐에스트라디올(ethinyl estradiol), 에스트라디올발레레이트(estradiol valerate)의 2종류만 있어요. 하지만 그 중 에스트라디올발레레이트(estradiol valerate)는 전문의약품에만 사용되어서 의사의 처방 없이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에 사용되는 에스트로겐은 사실상 한 종류만 존재한다고 할 수 있어요. 종류가 다 같으니 차이는 함량의 차이뿐이라고 볼 수 있죠.

      에스트로겐 복용으로 인해서 나타날 수 있는 증상으로는 메스꺼움(오심, 구토), 유방 팽만감, 두통, 복부팽만이 있어요. 또한, 원래 고혈압이나 비만이 있거나, 흡연자이거나, 혈전의 과거력이 있는 사람의 경우 혈전색전증의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주의할 필요가 있어요.
      에스트로겐의 함량이 낮은 약을 선택하면 이런 부작용이 나타날 확률을 낮출 수 있지만, 피임의 효과도 동시에 떨어진다고 볼 수 있어요.

      ❍ 프로게스테론 유도체(프로게스틴)

      프로게스테론(Progesterone)을 인공적으로 합성한 유도체 형태를 프로게스틴(Progestin)이라고 해요. 프로게스틴 복용으로 나타날 수 있는 증상으로는 두통, 식욕증가, 체중증가, 우울증, 피로가 있을 수 있어요.

      앞서 말한 증상 이외에도 종류에 따라 다른 부작용을 나타낼 수 있어요. 그럼 대체 어떻게 다르냐고요? 이걸 설명하기 위해서는 프로게스틴을 어떻게 구분하는지 설명할 필요가 있어요.

      프로게스틴(progestin)은 종류가 다양해서 (나온 순서대로) 1~4세대로 분류할 수 있어요.
      그중 1세대는 가장 처음에 나온 것으로 부정 출혈의 문제가 있어 현재 사용되지 않고 있어요.
      국내 일반의약품 피임약들은 2, 3세대에요. 4세대 프로게스틴이 들어가면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되죠.

      1세대 (부정 출혈 부작용이 심하여 더이상 사용되지 않음)
      2세대 노르게스트렐(norgestrel), 레보노르게스트렐(levonorgestrel)
      3세대 게스토덴(gestodene), 데소게스트렐(desogestrel)
      4세대 드로스피레논(drospirenone), 디에노게스트(dienogest)

      프로게스틴의 이름과 세대 구분
      피임약에 사용되는 프로게스틴의 종류는 더 많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판 중인 경구피임약에 들어간 성분만 추려봤어요. 복용하고 있는 약이 있다면 확인해보세요.

      프로게스틴의 세대를 구분하면서 주의할 점은, 숫자가 더 클수록 좋은 것은 아니라는 거예요!
      4세대가 가장 최근에 개발되었으니 가장 좋을 것 같고, 그러니까 ‘4세대가 들어간 피임약을 사야지’라고 생각하면 안 돼요. 2~4세대의 프로게스틴은 각각 다른 부작용을 갖기 때문에 개개인의 상황에 따라 가장 좋은 선택이 다를 수 있어요.

      그럼 각 세대에 대해 전반적인 설명을 해볼게요.
      2세대의 프로게스틴은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과도 구조적으로 유사하기 때문에 (남성호르몬의 효과로 인해서 생기는) 다모증, 여드름과 같은 이상 반응을 유발할 수 있어요.
      3, 4세대 프로게스틴은 2세대 프로게스틴에서 나타나던 남성호르몬 효과로 인한 부작용을 개선한 물질이에요. 따라서 2세대에 비해 남성호르몬 효과로 인한 부작용이 줄어들었죠. 특히 4세대의 경우에는 남성호르몬 효과가 가장 적게 나타나기 때문에 다낭성난소증후군 등 남성호르몬 과다를 유발하는 질병을 앓고 있는 경우나, 남성호르몬 과다로 인한 다모증, 심한 여드름 등으로 고생하는 분들도 사용할 수 있어요.
      하지만 남성호르몬 효과가 줄어드는 대신에 혈전의 위험은 더 커져요. 4세대는 특히 혈전 생성 이상 반응이 나타날 확률이 2, 3세대에 비해 더 높다고 알려져 있어요.

      조금은 다른 형태

      유도체

    5. 경구피임약과 혈전

      에스트로겐 유도체와 프로게스틴 유도체에 대한 설명을 읽다 보면 ‘대체 혈전이 뭔데?’, ‘그게 그렇게 위험한 거야?’라는 생각이 들 수 있어요.
      혈전이란, 혈관 속이나 심장 속에서 혈액이 응고되어서 덩어리가 생긴 것을 말해요. 쉬운 말로는 피떡이에요. 혈전이 있으면 혈액의 흐름을 방해하거나 혈관을 막아서 장애를 일으킬 수 있어요. 혈전으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으로는 팔이나 다리의 저림, 심근경색(심장에 혈액이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는 상태)이나 뇌경색(뇌에 혈액이 공급이 충분하지 못하는 상태) 등이 있어요.

      이번 글에서 다루는 경구피임약의 대표적인 부작용 중 하나는 정맥혈전색전증이에요. 혈전이 떨어져 나가서 혈관을 떠돌다가, 어딘가를 막게 되는 것을 색전13)이라고 해요. 즉 정맥혈전색전증이란, 정맥 혈관에서 시작된 혈전이 혈관을 막은(색전) 상태예요. 막힌 혈관의 위치에 따라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어요. 1) 다리나 골반부 등의 깊은 곳에 있는 대정맥14)이 막히면서 주로 다리에 고통을 수반하는 심부 정맥 혈전증과 2) 정맥에서 혈전이 떨어져나와 폐동맥을 막고, 그 결과 호흡을 곤란하게 하며 매우 빠른 속도로 사망까지도 초래할 수 있는 폐색전증이 그것이에요. 혈전이 생기는 것이 생각보다 위험한 상황임을 알 수 있죠?

      우리 몸을 흐르는 피는 아무 때나 응고되면 안 돼요. 앞서 말한 것처럼 피의 흐름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응고되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예를 들어 상처가 생기는 경우) 빠르게 응고되어서 더 많은 피가 소실되는 것을 막아주어야 하죠. 따라서 평소 혈액은 혈액 응고와 혈액 응고의 반대 작용이 서로 균형을 이룬 상태에요. 혈액 응고에는 많은 인자가 관여하는데 그 인자들이 적절한 양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죠.
      경구피임약에 들어 있는 에스트로겐은 혈액 응고에 관여하는 인자들의 양을 증가시키는 경향이 있어요. 그 결과 혈액 응고 쪽으로 균형을 이동시키죠. 에스트로겐 뿐 아니라 (종류에 따라 다른 정도로) 프로게스틴도 같은 작용을 해요. 즉, 혈전이 생길 확률을 높이는 거예요.

      일반적으로 젊고 건강한 여성이라면 혈전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하지만 경구피임약을 복용하게 되면 혈전이 잘 생길만한 요인을 하나 갖게 되는 거예요. 그런데 만약 흡연이나 고혈압, 당뇨 등 혈전이 잘 생길만한 위험인자를 또 가지고 있다면 혈전으로 인한 질병이 생길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죠. 따라서 경구피임약을 복용할 사람이라면 혈전 생성의 위험인자를 따져볼 필요가 있어요.

      색전

      대정맥

    6. 경구피임약 금기 대상

      앞서 혈전이 얼마나 심각한 질환을 야기할 수 있는지 살펴보았어요. 그런데 혈전으로 인해 질병이 생길 가능성이 특히 더 큰 사람들이 있어요. 아래 내용 중에서 여러 가지에 해당되는 사람이라면 금기 대상이 될 수 있어요.

      35세 이상
      흡연자(특히 하루 15개비 이상이라면 더!)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BMI 30kg/m2 이상)
      최근 큰 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 사람
      6주 이내에 출산한 사람
      심부정맥혈전증이나 폐색전증으로 진단받은 적 있는 사람

      또한, 평소 두통이 있고 두통 이전에 눈이 침침하거나 섬광이 보이는 사람도 경구피임약의 금기 대상이 될 수 있어요. 이러한 사람들은 경구피임약 복용 시에 뇌졸중이 발생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죠.
      또 다른 경구피임약 금기 대상으로는 에스트로겐을 복용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어요. 유방암이나 자궁내막암 중에서는 에스트로겐에 반응하는 암세포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에스트로겐 의존성 암이라고 해요. 이 경우에는 에스트로겐을 복용하면 암이 더 심해질 수 있기 때문에 에스트로겐이 포함된 경구피임약은 금기에요.

      따라서 위에 언급된 피임약 복용 금기 사유를 가진 사람들은 병원에 방문하여 피임 방법에 대해 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바람직해요. 이런 분들에게는 경구피임약이 안전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7. 경구피임약 선택하기

      일반인의 입장에서 본인의 상황을 파악하고 부작용을 모두 따져서 피임약을 선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에요. 따라서 피임약을 처음 시작하거나 변경하려는 분이라면 의사나 약사와 상담하는 것을 주저하지 말라는 것을 당부드리고 싶어요. 피임약을 구매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에요! 의사와 약사는 여러분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그 자리에 있는 거라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다만 앞서 호르몬에 대해서 설명해 드렸으니 예시 몇 가지를 들어보려고 해요.

      월경을 미루고자 한다면 확실한 효과를 위해서 에스트로겐 함량이 높은 것(0.03mg)이 대체로 좋아요. 하지만 일반적으로 에스트로겐의 함량이 높으면 위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메스꺼움, 유방 압통, 두통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꾸준히 복용할 목적으로는 에스트로겐의 함량이 낮은 것부터 시작하는 편이 선호됩니다.
      심한 지성 피부, 여드름, 다모증이 있는 여성은 2세대 프로게스틴인 레보노르게스트렐 함량이 적거나(0.05~0.125mg), 남성호르몬(안드로겐) 효과가 작은 3세대, 4세대 프로게스틴을 사용한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아요.
      35세 이상 여성, 흡연자, 고혈압을 진단받은 사람과 같이 정맥 혈전 부작용이 생길 확률이 높은 사람은 다른 피임법(IUD 등)을 찾는 것도 좋아요.

      위의 예시들은 매우 단순한 상황들만 정리해 놓은 거니까 이 글을 맹신하기보다는 의사나 약사에게 본인의 상황을 잘 설명하고, 적절한 상담을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다음의 사항들을 미리 생각해가면 정확한 상담을 받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어요.

    1. 20세기 최고의 발명품 : 존 브록만이 엮고 학계와 각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한 ‘지난 2000년 동안의 위대한 발명’이라는 책에서 인류의 위대한 발명 121가지에 먹는 피임약이 포함되어있어요.
    2. 배란 : 월경을 시작한 여성은 완경까지(약 30~40년간) 약 28일의 월경주기에 따라서 양쪽 난소에서 번갈아 가며 성숙한 난자를 배출해요. 이것을 배란이라고 해요. 배란된 난자는 수란관을 거쳐 자궁 쪽으로 이동해요. 배란된 난자가 정자와 만나면 수정란이 돼요. 따라서 배란을 억제하는 것은 수정란이 생기지 않도록 첫 단계를 막는 거예요. 즉, 임신을 막는 거죠.
    3. 배란 : 여성호르몬, 남성호르몬이라는 말은 각각의 호르몬이 여성과 남성에서”만” 분비된다는 뜻은 아니에요. 여성과 남성에서 호르몬이 분비되는 종류와 양의 차이가 있을 뿐이죠.
    4. 황체 : 속이 빈 난포(여포)는 노란 지방으로 채워져서 황체라고 불린다고 해요.
    5. 성숙하는 난포 : 뇌하수체 전엽에서 난포자극호르몬(FSH, 하늘색 선)이 난소에서 난포를 성숙시켜요. 난포가 성숙하면 난포 과립막세포가 증식하고, 과립막세포에서는 에스트로겐을 분비해요.
    6. 자궁 내막을 두껍게 유지 : 어려운 말로는 자궁 내막의 선 분비를 촉진한다고 표현하기도 해요.
    7. 월경주기 : 이 글에서는 호르몬의 변화 위주로 다루고 있어요. 월경주기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읽어보고 싶다면 달마다 피 흘리는 월경인들을 위한 안내서를 참고해주세요.
    8. 태반 : 태반이란 태아와 모체 사이에서 물질교환을 도와주는 구조물이에요. 태아에게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하게 해주고, 태아의 노폐물은 태반을 통해서 배출되죠. 이 글에서 설명한 것처럼 임신을 유지할 수 있도록 호르몬을 분비하는 역할도 해요.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되면서 형성됩니다.
    9. 피임약 : 사전피임약을 줄여서 썼어요.
    10. 미니필(minipill) : 호르몬 복합 제제에 비해 효과와 부작용이 적은 편이라고 알려져 있어요.
    11. 조금은 다른 형태 : 약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비슷한 구조이되 먹어도 효과가 나도록, 그리고 더 오래 효과가 유지되도록 합성하는 과정이 필요하죠. 원래 체내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은 혈액으로 바로 분비되지만, 알약으로 복용하면 소화기관에서 흡수되어 혈액으로 들어가게 돼요. 소화기관을 거쳐서 비로소 혈액으로 들어가니까 약의 성분은 소화기관에서 흡수되기 좋아야 하며 그 과정에서 분해되면 안 된다는 조건이 추가되는 거예요.
    12. 유도체 : 어떤 화합물의 분자 구조 가운데 일부분이 변화하여 생긴 화합물을, 원래의 화합물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13. 색전 : 혈관을 막아 색전증을 일으키는 물질. 혈관 내에서 생긴 것과 외부에서 들어온 지방, 종양, 가스, 공기, 세균 따위가 있다.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14. 대정맥 : 매우 굵은 혈관이에요. 대정맥을 막을 정도의 혈전이라면 그 크기가 매우 크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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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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