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경의날 편지 1. 언니, 잘 지내?

by 해피문데이
20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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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8일은 월경의 날입니다. 평균적인 월경기간과 월경주기가 5일, 28일이라는 점에 착안해서 만들어진 기념일이지요. 그래서 이번 달엔 조금 특별한 편지를 띄워봅니다.

4년 전, 2016년의 5월의 해피문데이는, 초경 가이드북 ‘어바웃 문데이’ 제작 프로젝트를 위해 실제로 초경을 겪을 만한 나이대의 친구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그때 받았던 질문 중에서도 참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던 질문 하나를 여러분과 공유해보려고 해요. 인터뷰하는 동안 말은 별로 없었지만 밝게 웃었던 한 친구가 갑자기 던진 질문이었습니다.

“사실 얼마 전에 남자애들이 ‘너 생리하냐?’라고 놀렸는데, 저도 모르게 아니라고 했어요. 그 애들은 막 여자애들한테 ‘피 냄새 난다’는 식으로 놀려요. 유치하다는 생각도 들고 화도 나는데, 아무런 말도 못 하고 창피하게 숨긴 게 후회돼요. 다음에 그런 일이 또 있을 때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알려줬으면 좋겠어요. 이런 건 누구에게 물어봐야 하는 지도 모르겠어요.”

- 2016.05.19. 김*연 (12세)

 

초경 이후 ‘너도 여자가 되었구나’라는 말을 들으며 어딘가 조금씩 위축되었던 개인적인 경험들이 떠올라 순간 말문이 턱 막혔습니다. 월경뿐 아니라 이차 성징으로 조금씩 커지는 가슴을 가리려고 구부정하게 허리를 숙이고 다녔던 기억도 떠오르고, 꼬맹이 같기만 하던 남자 동급생들이 훌쩍 키가 크면서 더는 나의 등짝 스매싱을 무서워하지 않는 것 같아 당황스러웠던 기억도 났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떠오른 다른 기억들도 있습니다. 이제부턴 생리대 구매할 때 으레 함께 주는 검은 봉지를 거절하자고 친구들끼리 작당 모의 하던 기억, 옆자리에서 힐끔거리며 쳐다보든 말든 탐폰이 왜 신세계인지 몇 시간씩 카페에서 소리높여 수다 떨던 기억, 너무나 시원해진 가슴팍에 진심으로 감동했던 첫 노브라 외출의 기억 같은 것들 말이지요.

한 사람의 월경인이 살아가는 데에는 쉽고 재미있는 생물학 선생님과 실력 좋고 친절한 의료진만큼이나 ‘나와 마찬가지로 달마다 피 흘리며 살고 있는 언니 또는 친구’가 중요해요. 해피문데이도 그런 언니, 그런 친구가 되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되었죠. 그래서 툭하면 여러분께 글을 보내달라, 설문에 답을 보내달라 하면서 자꾸만 말을 걸고 싶은 것 같아요 :)

2020년 5월, 해피문데이의 이름으로
월경언니들을 소환합니다.

새롭게 월경인의 세계에 진입하는 친구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기억들이 떠오른다면 편지를 적어주세요. 용기와 위로를 가득 담아 보내주신 편지들은 차곡차곡 모아두었다가 10월 20일, 초경의 날에 공개하려고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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