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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얼룩은 얼룩
평생을 덜렁대며 살아온 편이다. 콘크리트, 아스팔트, 타일, 모래와 잔디를 아우르는 다종의 바닥에 물건을 떨어뜨리며 살았다. 나는 제일 아끼는 가방도 택배 상자처럼 끌고 다니는 데 익숙하고, 아침에는 높은 확률로 소파 틈과 화장실 선반 또는 베개 밑에서 안경을 찾아 낀다. 하물며 월경에 관한 한 뒤처리가 깔끔한 사람이었던 적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월경을 시작하고 얼마간, 나는 생리대가 붙은 속옷을 세탁기 위에 올려둔 채로 나와버리는 정신머리 때문에
월경이야기
루프 시술기: 용기를 설치할 수도 있다면
어느 날 지긋지긋해졌습니다. 또 임신 걱정을 하다가요. 그래서 루프 시술을 받기로 했습니다. 그런 결심을 했던 것이 6월 말. 이 글은 잠시 지난 여름 또는 그 이전의 기억을 거슬러 올라갔다가, 시술 당일이었던 8월 5일을 지나쳐, 그 후 두 달이 조금 못 되게 지난 현재까지의 일들을 기록합니다. 자궁과 월경과 임신과 섹스를 얘기하는 글들을 읽을 땐 어쩐지 다음 단락에 일어날 일이 미리 걱정되어 조마조마한 분들도 계신가요. 결국은 읽기를 주저해본 경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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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우리가 어려워 했던 탐폰
탐폰을 사용하기 시작한 건 지금으로부터 7년 전, 20살 때지만 탐폰에 대한 첫 기억(?)은 더 오래전으로 돌아가야 해. 탐폰의 존재를 처음 안 건 초등학교 고학년 때 읽은 성교육 책이었어. 성에 대해서 이런저런 궁금증이 생기던 시절 남자인 친구와 책을 같이 보고 있었는데, 그때 걔가 물어봤던 말이 아직도 기억나. “이게 여성용 자위기구야?” 지금도 어이없는 소리라고 생각하지만,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는 알 것 같아. 그 당시 우리가 받는 성교육은 정자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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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러운 출산에 도전하다
좋아하던 음식인데 맛이 달리 느껴진 지 며칠이 되도록, 감지하지 못했다. 날짜를 더듬어 보고 진즉 시작했어야 할 월경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음을 깨닫고 ‘혹시?’ 하는 생각에 남편을 닦달해 급히 임신테스트기를 구했다. 그날 두 줄이 뜬 테스터기를 들고 잠시 멍-했다. 다음날 산부인과에서 초음파 화면에 보인 눈사람 모양의 형체를 눈으로 보고도, “임신입니다”라는 의사의 말을 귀로 듣고도,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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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지향 Sexuality
한국에 오기 전에 한국은 분명히 보수적인 국가이고 성소수자에게 오픈되어 있는 사회가 아니라고 들었어요. 그래서 거리에 무지개 깃발이 전혀 없고 길거리에 손을 잡고 걸어가는 퀴어 커플들을 보지 못한다는 게 놀라운 일은 아니었어요. 저는 저희 부모님, 그리고 두 마리의 개와 함께 서울의 굉장히 흥미로운 어떤 동네에 있는 아파트에 살게 되었는데, 한 4개월쯤 지나고 나서야 저희가 서울에서 유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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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에 대해 얘기해보자! Let’s Talk About Sex
성 건강과 교육이라는 주제는 항상 제 관심사였어요. 한국의 문화와는 다르게, 미국에서는 섹스에 대해 좀 더 편하게 이야기하는 편이에요. 물론, 미국에 있는 모든 가족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한국보다는 흔하게 공유하는 분위기에요. 이런 주제로 이야기하기를 불편해하는 가정에서도, 자녀들의 사춘기가 다가오는 시기에는 자녀들과 섹스에 대한 대화를 한 번쯤은 시도하죠. 한국에서는 가족들과 성 건강에 대해 얘기하는 일이 흔하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친구들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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