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모든 여성이 즐거운 월경을 맞이하는게 꿈"

by. 해피문데이·2019.12.31


유기농 생리대 스타트업 '해피문데이' 김도진 대표
20대때 창업…생리대 개발부터 월경 콘텐츠 제작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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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생리대 스타트업 `해피문데이` 김도진 대표. [사진 출처 = 이진윤 인턴기자]

 

매년 5월 28일은 '세계 월경의 날'이다. 사회적으로 터부시되는 월경에 대한 혐오감을 없애고 공론화하자는 취지에서 지난 2014년 독일 비영리재단 '워시 유나이티드'의 제안으로 지정됐다. 자연스러운 생리 현상에 혐오라는 단어가 붙는 것이 이상하지만, 실제로 월경은 여성에게 있어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허리 통증은 기본, 멀쩡하던 피부가 뒤집어지고 먹은 것도 없는데 아랫배가 빵빵해진다. 어느 날은 밑도 끝도 없이 우울해지고, 자존감도 낮아진다. 여름이 되면 속옷에 붙인 생리대가 땀에 젖어 따갑기까지 하다. 여성으로 태어난 이상 이 과정을 가임기가 끝날 때까지 평생 반복해야 한다.

계산해보면 약 3000일, 햇수로 따지면 8년이 넘는 시간이다.

여성에게 평생의 숙제 같은 월경을 좀 더 건강하고 편안하게 할 순 없을까. 유기농 생리대 스타트업 해피문데이 김도진 대표(27)는 이런 의문에서 출발해 현재 1만명이 넘는 여성들에게 직접 만든 유기농 생리대를 배송하고, 더 나아가 자신의 몸을 건강하게 관리할 수 있는 방법도 안내하고 있다. 글을 쓰는 사람이기 전에 보다 행복해지고 싶은 한 명의 여성으로서, 27일 서울 삼성역 인근 카페에서 김 대표와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중학생때부터 기업가 꿈꿔"

"새로운 시작을 하려면, 뭔가 때려치워야죠."

김 대표는 '회사를 관둔 것이 후회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시중에 파는 일회용 생리대를 쓰는 게 짜증이 나 창업을 시작했다는 그의 말에서 거침없는 추진력이 느껴졌다. 그는 "누군가 시키는 일을 하는 것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적성에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학교 때부터 사업가를 꿈꿨다는 김 대표는 어린 나이에 창업에 뛰어들었다. 서울대 경영대에 입학한 후, 21살 때부터 학업과 병행하며 IT 스타트업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했다. 회사에 몸담은 지 5년째가 되는 해 사표를 냈다. 기업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앞만 보고 달려왔지만 정작 어떤 기업가가 되고 싶은 지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김 대표의 삶을 송두리째 뒤바꾼 것은 지난 2016년 사회적 이슈로 대두됐던 '깔창 생리대' 사건이었다. 그는 백수의 삶으로 돌아가 생각을 정리하던 무렵 가정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들이 신발 깔창을 생리대 대용으로 사용했다는 사연을 접했다. 생리대 스타트업을 설립하기로 결심한 결정적인 계기이기도 하다.

"너무 충격적이고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그래서 어려운 가정의 친구들에게 생리대를 기부하는 프로젝트를 해야겠다 싶었어요. 근데 가급적이면 좋은 생리대를 기부하고 싶은 거예요. 피부가 한창 예민할 나이일 테니까. 그래서 유기농 생리대에 주목했고, '왜 유기농 생리대는 비싸지?'라는 생각을 하게됐죠."

 

◆"생리대 파동이 사업 전환점"

깔창 생리대 사건으로 새로운 목표를 세운 김 대표는 대학 시절 동아리 활동을 함께 했던 친구를 찾아갔다. 해피문데이 부대표직을 맡고 있는 부혜은 씨(27)였다. 부 부대표는 유기농 생리대를 만들자는 김 대표의 제안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다니던 P2P 회사를 관뒀다. 그 또한 김 대표만큼 화끈한 편이었다. 김 대표는 "여성용품을 만드는 기업 조차 최고경영자(CEO)와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모두 여성인 경우는 드물다 보니 무언가 해낼 수 있겠다 싶었다"고 회고했다.

두 사람은 2017년 '해피문데이'를 법인화하고 본격적인 생리대 사업을 시작했다. 이들은 유기농 생리대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요소 중 성분 안정성을 1순위로 삼고 그에 걸맞은 재료와 이를 생산해줄 공장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 과정이 평탄하지는 않았다. 우선 유기농 생리대의 단가가 만만치 않아 제조 공장이 반기지 않았고, 그럴 만한 자본도 부족했던 것.

"제조업에 남자분들의 비율이 높다 보니 유기농 생리대의 필요성에 쉽게 공감하지 못하셨던 것 같아요. 직접 경험해보신 건 아니니까요. '이미 대기업 생리대 잘 팔리는데 왜 굳이 어려운 길을 가려고 하냐'는 소리도 정말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제품이 팔린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건 아니거든요. 선택지가 많지 않아 불편해도 어쩔 수 없이 쓰는 경우가 있고요."

공장과 시각차를 좁히지 못한 김 대표는 해외로 눈을 돌렸다. 그는 차선책으로 외국 유기농 생리대 브랜드를 수입해 들여오는 방식을 택했다. 그 무렵 국내에서는 '생리대 파동'이 발생했다. 발암 성분이 들어있는 유해물질 생리대의 문제점이 드러남과 동시에 유기농 생리대의 필요성이 대두된 사건이다.

김 대표는 "이 사건 이후 공장에서도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대화를 나누다가 나중에는 못 팔아도 우리가 망하는 거니까 그냥 해 달라고 우겨서 계약을 성사했다"고 말했다.

 

정기배송으로 비용 낮추고 팁카드 넣어

"당연히 처음엔 0명이었죠. 저랑 혜은이 포함하면 두 명?"

초기 고객이 몇 명이었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200~300명까지는 친구의 친구, 혹은 지인들이었다"며 "그 이후로 점차 입소문을 타서 진짜 고객들이 생겨났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2만명에 달하는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같은 성과를 이뤄낼 수 있었던 요인으로 김 대표는 '생리대 정기 배송'을 꼽았다. 여성 고객들의 월경 주기에 맞춰 생리대를 보내주는 생리대 정기 배송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생리대를 사러 나갈 필요가 없어 편하고 회사 입장에서는 재구매 비율이 높아 재고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해피문데이는 유통 수수료를 낮춘 덕분에 별도의 배송비를 받지 않고 있다.

직접 제작하는 여성 헬스케어 콘텐츠도 이들만의 차별점이다. 해피문데이는 정기 배송을 신청한 1만여명의 회원에게 생리대와 함께 매달 '팁 카드'를 넣어 보낸다. 팁 카드에는 임신 테스트기 사용법과 같이 여성들에게 꼭 필요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정보가 들어간다. 단순히 생리대를 판매하는데 그치지 않고, 생리대를 매개로 고객과 유대하고 이들의 건강까지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여성들이 쉽게 말못할 고민을 해결해주는 해피문데이 유튜브 채널도 같은 맥락에서 운영하고 있다.

"사실 여성들은 초경을 시작하고 임신하기 전까지 몸에 정말 많은 일들이 일어나지만 그런 부분에 대한 정보가 비어 있어요. 저희는 그 부분을 채워 넣는 거죠. 이런 식으로 신뢰를 쌓다 보면, 도움을 받으신 분들이 자연스럽게 저희 고객이 될 거라 생각해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길이긴 하지만, 자극적인 과장 광고보단 의미 있다고 봐요."


◆"여성들이 조금 덜 아프고 불편해지길…"

해피문데이가 만드는 생리대는 현재 국내를 넘어 쿠웨이트 약국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샘플 하나 달랑 들고 몇 시간 비행기 타고 날아가 현지인들에게 자사 생리대를 써보라며 무작정 권유한 결과다. 김 대표는 "상대적으로 여성 인권이 낮은 중동 지역 국가에도 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었다"며 "거긴 날도 더운데 생리까지 하면 얼마나 짜증 나겠냐"고 말했다.

 

모든 여성의 건강과 행복을 추구한다는 해피문데이의 슬로건에서 '모든 여성'은 우리나라 여성들만 지칭하는 게 아니었다.

해피문데이가 1년 사이 벌인 일이 '깔창 생리대' 사건에서 비롯된 만큼, 이들은 저소득층 청소년에게도 3개월 치 생리대를 주기적으로 기부하고 있다. 현재 소녀 가장, 한부모 가정 자녀, 조선족 동포 자녀 등 170명의 아이들에게 유기농 생리대를 지원하고 있다. 이 캠페인의 이름은 걱정 없는 1년. 적어도 월경만큼은 걱정 없이 하라는 의미다.

하고 싶은 것이 생기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김 대표의 성격과 달리 그의 목표는 올곧았다. 여성들이 조금 덜 아프고, 조금 덜 불편해지는 것. 김 대표는 "고객들과 꾸준히 관계를 맺고 소통하다 보면 가능할 거라 생각한다"며 "오래오래 가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월경은 창피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바이탈 사인'이라고도 비유한다"고 덧붙였다. 불쾌하고 찝찝하긴 해도,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는 시그널로도 해석할 수 있다는 것.

그 말을 듣자 15년이 다 돼 가는 세월 동안 지긋지긋하게만 느껴졌던 월경이 다소 새롭게 다가왔다. 1시간가량의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없냐고 묻자 김 대표는 조금 망설이더니 '모두 '해피문데이' 하세요!'라며 특유의 호탕한 웃음을 지었다. 해피 문 데이(Happy Moonday), 즐거운 월경 되세요. 처음 듣는 말이지만, 꽤 괜찮은 덕담이었다.

[디지털뉴스국 이유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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